불황에 개명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작명소 몰려가는 사람들
김민성(가명·34)씨는 얼마 전 이름을 바꿨다. 최근 2년 사이 자신이 운영하던 네일숍이 망했고, 그 때문에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졌으며, 집에 불까지 났다는 김씨는 안 좋은 일이 자꾸 겹치니 ‘팔자타령’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하도 답답해 점집에 갔다가 ‘이름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곤 곧장 작명소에 가서 수십만원을 주고 이름을 바꿨다”며 “이름까지 바꿨으니 내 팔자도 바뀌어 인생역전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개명(이름 바꾸기)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이름이 촌스럽다든가 유명세를 탄 범죄자와 이름이 같다든가 하는 이유로 바꿨다면, 요즘은 경기침체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지자 ‘이름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이유로 개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송지연(가명·28)씨는 취업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하자 이름을 바꾼 경우다. 송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작명소를 찾았는데, 나처럼 이름을 바꾸러 온 사람이 서너명 앉아 있더라”고 했다.

실제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2005년 7만6976건이었던 개명 신청 건수가 2008년 14만6773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고, 2010년엔 16만5924건이나 됐다.

이렇게 개명을 하는 사람이 크게 늘자 작명소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방송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한 작명소에 기자가 전화를 해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하자 “문의가 많아 상담을 받으려면 전화로 예약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이름을 바꿔준다는 ‘인터넷 작명소’도 성업중이다. A작명소의 작명가는 “최근 들어 작명보다는 개명 문의가 더 많이 들어온다”며 “예전에 경기가 안 좋을 때 점집이 많이 생겼던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개명 붐을 타고 개명 대행 사이트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서류를 갖춰 법원과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법무사 등이 운영하는 ‘개명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개명 대행업소는 “법원의 개명 허가가 나온 뒤 1개월 안에 주민등록상의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어 한번에 일을 꼼꼼히 처리하는 대행업소를 찾는 것”이라며 “비용도 10만원 전후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2011년 11월 22일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