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성형시대`… 개명 6년새 두배나 급증
개명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예전에는 다소 우스꽝스럽거나 혐오감을 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사용하던 이름을 바꾸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공무원 김상원 씨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바꾸기 위해 법원에 '김지백'이라는 이름으로 개명 신청을 했다. 먼저 이름을 바꾼 그의 아내가 강력하게 추천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내가 자신의 회사 동료가 이름을 바꾼 것을 보고 먼저 개명 신청을 했고, 개명 뒤에 회사에서 일이 잘 풀리자 '좋은 이름 알아왔다'며 나에게도 개명을 하도록 권유했다"고 말했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7만9676명이던 개명 신청자는 2006년 10만명을 넘어섰고 2010년에는 16만5924명으로 늘었다. 불과 6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문제될 만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대부분 개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범한 사람들도 '멀쩡한' 이름을 대거 바꾸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예인들이 '뜨기 위해' 예명을 쓰고 바꾸는 일은 당연한 것이 됐고, 최근에는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선수처럼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바꿔 심기일전한 경우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름 바꾸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은 '불경기'와 '무한경쟁'으로 표현되는 사회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경기가 지속되고 삶이 팍팍해지면서 일종의 '심기일전을 위한 돌파구'로 개명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불만을 가질 수 있는데 이를 외면적으로는 성형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내면적으로는 보통 자기계발을 통해 해소해왔다"며 "이제 이러한 정체성 불만 해소방법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까지 하나의 대안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다시 말해 이름을 성형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개명이 쉬워진 게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전제한 뒤 "최근의 개명 현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자기암시 효과'"라고 분석했다. 이름을 바꾼 사람들이 대부분 개명 이후 일이 잘 풀린다고 믿는 것은 '심기일전' 과정에서 생긴 자기암시와 변화 의지가 실제로 삶을 조금씩 바꾸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름 바꾸기가 모든 문제의 해법인 것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고영건 교수는 "무기력감에 빠져있는 것보다는 낫지만 개명으로 자신의 '꼬인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것 자체가 결코 효율적인 해법은 아니다"며 "무작정 개명을 생각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자기성찰 등 다른 합리적인 대안들부터 충분히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1월 24일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