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명용(人名用) 한자 8,142글자로 확대
충주에 사는 연태극기(70) 씨의 본명은 연종택이었다. 지난 9월 말에 개명했다. 그는 15년째 특유의 태극기 문양의 옷을 입은 채 태극기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충주 시내 곳곳을 누비는 ‘태극기 아저씨’로 유명하다.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는 구절로 유명한 시 ‘꽃’에서 이름을 부를 때 하나의 존재가 활짝 피어난다고 노래했다. 그렇지만 이름을 불러주면 존재가 비하되거나 남녀 성별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김치국, 서동개, 김하녀, 지기미, 경운기, 조지나, 하쌍연, 임신, 김샌다. 노숙자….’ 개명신청을 하기 전 원래 갖고 있었던 이름들이라고 한다.

이름을 바꾸는 절차가 다소 쉬워진 2006년 이후 개명신청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첫해엔 개명 신청자가 10만 명을 넘었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6만여 명이 법원에 개명허가 신청을 내고 있다. 우리 문화 속에서 이름은 운명과 결부돼 있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개성 있는 이름을 가지려는 사람, 성명학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유, 순한글 이름을 한자 병기가 가능한 이름으로 바꾸려는 경우 등 개명 이유가 다양하다. 유형별로는 개명 신청 사유 중에 ‘출생신고서에 이름을 잘못 기재한 경우’가 가장 많다. 형통할 형(亨)을 누릴 향(享)으로, 가죽 혁(革)을 풀 초(草)로, 구할 구(求)를 길 영(永) 등으로 잘못 쓴 경우도 허다했다.

대법원은 인명용(人名用) 한자 수를 기존의 5761자에서 2381자 많은 8142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다문화가족 결혼이민자 중에서 성(姓)이나 본(本)을 새로 만들거나 우리 이름으로 개명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에는 샤넬 등 명품 브랜드를 본명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름에 쓸 수 있는 한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우리나라에도 특이하고 흥미로운 한자 이름들이 쏟아져 나올 법하다. 이번 인명용 한자의 확대 폭은 1990년 인명용 한자 지정 이후 최대다.

까다로운 성명용 한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이름을 엉뚱하게 표기하거나 공공기관에서조차 오독(誤讀)하는 일이 빈발할 수 있다. 부작용과 혼선을 줄이기 위해선 정확한 한자 사용에 대한 교육 기회를 늘리고, 컴퓨터의 한자 변환 시스템도 더욱 활용하기 쉽게 개선해야 한다.


2014년 10월 24일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