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니 행복해요”… 하루 420명꼴 개명
지난 10년간 이름을 바꾸려 법원을 찾은 사람 10명 중 9명 이상이 개명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이 개명을 가능한 한 허가했기 때문이다.

‘호순’ ‘말년’ 등의 이름이 없어지고, ‘민준’ ‘수연’ 등이 인기를 얻었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남성 ‘김치국(金治國)’씨는 주변에서 ‘김칫국’으로 놀림을 당하다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딸을 더 낳지 말라는 의미의 ‘말녀’라는 여성, 창성하다는 뜻을 지닌 ‘김창녀(金昌女)’라는 이름의 주인공도 새 이름을 얻었다.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다양했다. 놀림 대상이 되거나 ‘강호순’처럼 흉악범죄자와 이름이 같은 경우, 뜻이 좋지 않다거나 발음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개명할 때 가장 인기 있는 남자 이름은 ‘민준·현우·정우·서준·도현’ 순이었고, 여자 이름은 ‘수연·지원·서연·서영·서윤’ 순이었다.

대법원은 올 상반기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한 사람이 8만1540명에 달했고, 이 중 7만6840명이 새 이름을 얻어 허가율이 94%를 나타냈다고 16일 밝혔다. 하루 평균 약 420명이 새 이름을 얻은 것이다.

1990년대 1만여명, 2000년대 초 5만여명에 못 미쳤던 개명신청은 2005년 11월 대법원이 개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이후 급증했다. 당시 대법원은 “성명권은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주관적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대법원은 범죄를 기도·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없는 한 개명을 원칙적으로 허가토록 하는 예규를 만들었다. 미성년자의 개명 신청도 수용키로 했다.

이후 2006년부터 개명 신청이 크게 늘어 연평균 16만여명에 달했고, 개명 허가율도 90%를 넘어섰다. 2005년 7만2833건이었던 개명신청은 이듬해 10만9567건으로 늘어난 뒤, 2009년 17만4902건, 2011년 16만777건, 2013년 16만2876건, 지난해 15만7965건에 달했다. 2005년 73%이던 개명허가율도 2006년 90%에서 지난해 93%에 이르고 있다.

2015년 8월 17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