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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성창본(創姓創本) |
성씨(姓氏)의 다양성으로 치면 일본이 세계 제일이다. 사토(佐藤), 스즈키(鈴木)처럼 흔한 성도 있지만 스(酢), 네즈미야(鼠家) 같은 희성(稀姓)도 많다. 종류가 10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히후미(一二三), 호즈미(八月一日), 쓰모이(百千萬億), 이에시키(己己己己), 요모히로(東西南北), 이사하이(飮酒盃) 같은 성은 한자 밑에 읽는 법을 따로 적어두지 않으면 일본 사람들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할 정도다.
일본 사람들이 성을 갖게 된 것은 메이지 유신 때다. 정부가 과세 및 징집의 목적으로 전 국민 성(姓) 보유 의무화를 선포하자, 이름만으로 살던 평민들이 밭에 살면 다나카(田中), 산 입구에 살면 야마구치(山口), 마을에 살면 나카무라(中村) 하는 식으로 성을 지었다. 그렇게 거주지를 따서 지은 성이 전체의 80%쯤 된다.
한국인도 성을 갖고 산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려 때만 해도 성을 쓰는 것은 지배계급의 특권이었고, 왕이 귀화인에게 내리는 포상이었다. 조선시대 호적대장에 평민은 그저 ‘돌쇠’ ‘마당쇠’로 적힐 뿐이었다. 1912년 조선을 방문한 미국인 선교사 엘리제 셰핑이 “500명 넘는 조선 여성을 만났지만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열 명도 안됐다. 조선 여성들은 ‘돼지 할머니’ ‘개똥 엄마’ ‘큰년’ ‘작은년’ 등으로 불린다”고 쓴 편지가 전해진다.
요즘 한국에서는 이름 짓기가 왕성하게 벌어지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12년 12월부터 1년 사이 창성창본(創姓創本) 신청이 7578건이었다고 한다. 내국인은 경우가 다르지만 새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에겐 희망한 대로 성과 본을 등록해주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태국 태씨, 우주 황씨를 비롯해 귤, 깡, 곰, 총, 체, 탄, 찬, 궁씨 같은 다채로운 성씨가 하루 20개꼴로 생겨나고 있다. ‘김내가우리됨을’ ‘프라인드로테쭈젠덴’ ‘알렉산더클라이브대한’이라는 긴 글자의 성도 있다. 지금은 낯설지만 이들의 후손이 이어지다보면 우리 귀에 친숙해질 날이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예로부터 다문화 사회였다.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김·이·박·최·정씨 성을 쓰지만, 이 중 절반쯤은 선조가 중국과 몽골, 베트남, 아랍, 일본 등에서 귀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창성창본은 미래의 자산이자 저력이다.
2014년 1월 10일
경향신문 이종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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