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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이름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때 흔히 사용하는 외래어를 한글로 바꾸자는 운동과 함께 한글이름이 권장돼 자녀의 이름을 한글로 짓는 부모가 많았으나, 최근들어서는 한글이름을 다시 한자이름으로 바꾸는 개명신청이 법원에 잇따라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있다.

    지난 95년 개명절차를 한시적으로 간소화한때는 한글이름 가운데 이름이 너무길어 부르기가 쉽지않은 '가을언덕' '빛보라미' '보미희' 등의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들어서는 '이슬' '슬기'등 부르기 쉬운 이름도 다시 한자이름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개명을 신청한 부모들은 '슬기'의 경우 '간쓸개' '마당쓸기' 로 불려 놀림을 받았고, '이슬' 의 경우는 이름이 너무 흔한데다 자녀가 나이가 들수록 어른이름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순한글
    은 아니지만 '예라(藝羅)' 라는 한글식 이름의 경우, '예라이!'라며 학교나 학원 친구들이 놀려대는 바람에 개명을 신청했다는 것.

    대구지법 법정과 박종철씨(40)는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접수된 1천78건의 개명신청 가운데 80%정도가 어린 학생들의 개명신청이지만, 한자이름을 한글로 바꾸는 경우는 드문 반면, 한글이름을 한자로 바꾸는 예가 많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글이름을 한자로 바꾸는 추세에 대해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이상규 교수는 "얼마전 외래어를 순한글로 바꾸자는 운동이 전개됐을 때 초등학교에서는 우리말쓰기운동이 벌어졌고, 축구.야구용어 등도 한글로 바꿔보려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결국 언중(言衆)들이 이를 따라주지 않고 외면해 흐지부지된 것처럼, 한글이름을 다시 한자로 바꾸는 경향 역시 우리말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인식이 확산되지 못한 결과" 라며 "놀리는 일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고 한글이름을 쓰는 일이 훌륭한 일이라는 주위의 칭찬과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한글이름이 '지어놓고보니 너무 흔하다' 는 개명이유에 대해서도 "우리말을 갈고 다듬는 노력이 부족해 다양한 한글이름을 만드는데 소홀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비록 북한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지퍼'를 '조루다' 와 '조로록'이라는 의성어를 섞어 만든 '조루로기' 로 부르거나 대학생들이 '서클' 을 '동아리' 로 바꿔부르는 것처럼 우리말을 갈고 다듬으면 얼마든지 좋은
    말을 만들어 쓸 수 있다"며 "한글이름뿐 아니라 법조계, 의학계 등 전문용어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우리말을 만들고 만든 말을 즐겨 써 우리말을 보호하는 것은 국민의 몫" 이라고 강조했다.

    1999년 12월 20일
    영남일보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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